조율이시뜻

조율이시(棗栗梨枾) 제물이 갖는 깊은 뜻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자손대대로 조상을 기리는 제사상(祭祀床)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4가지 과일인 대추, 밤, 배, 감(조율이시-棗栗梨枾)에 심오한 뜻이 담겨있다.

■ 대추(棗)

대추나무는 암수가 한 몸이고, 꽃 하나에 반드시 열매가 맺히고 나서 꽃이 떨어진다. 한 나무에 열매가 엄청나게 많이 열리며, 헛꽃은 절대로 없다.

즉,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뜻이란다.

대추는 씨가 통(1개) 채이기 때문에 절개를 뜻하고,

순수한 혈통과 자손들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이다.

대추는 붉은 색으로 임금님의 용포(龍袍)를 상징하고,

열매에 비해 통 씨가 큰 것이 특징이므로 왕(王)을 뜻한다.

그래서 왕이나 성현(聖賢)이 될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와

죽은 혼백(魂帛)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들의 정성을 담고 있다.

■ 밤(栗)

밤나무는 땅 속에 밤톨이 씨밤[생밤]인 채로 있다가,

싹을 틔우고 싹이 자라는 밑 거름이 된 후에 씨밤이 썩는다.

그래서 밤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것과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고리)을 상징한다.

이런 이유로 하직(下直) 후에 밤나무로 된 위패(位牌)를 모셔왔다.

유아가 성장할수록 부모는 밤의 가시처럼 차츰 억세었다가,

"이제는 내 품안에서 나가 살아라."하며,

밤송이처럼 쩍 벌려주어 독립된 생활을 시킨다는 뜻이다.

밤은 한 송이에 씨알이 (정상적으로) 세 톨이니,

3정승(三 政丞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의미한다.

■ 배(梨)

배는 껍질이 유독 누렇기 때문에 동양의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五行)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낸다.

흙의 성분(土)인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 배달민족의 긍지를 나타낸다.

배의 속살이 하얀 것으로 우리의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깨끗함을 나타내 제물로 쓰인다.

배는 씨가 6개여서 육조 관부(六曹 官府)의 판서(判書)를 의미한다.

- 이조(吏曹), 호조(戶曹), 예조(禮曹), 병조(兵曹), 형조(刑曹), 공조(工曹)

■ 감(枾)

감(枾)은 과실(果實) 중에 좀 별난 데가 있다.

감나무는 동양 특유의 과수(果樹)로서 텃밭은 한국, 중국, 일본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것이

천지의 조화(調和)이며 이치(理致)인데 감만은 그렇지 않다.

감이 되고자 씨앗을 심으면 처음부터 감나무가 나지 아니하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3~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 가지를 잘라서,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감나무가 되어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감은 둥글고 처음(땡감)에는 푸른빛이다가, 익고 나면 적황(赤黃) 색의 빛을 띤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늦가을 햇볕에 홍시가 되도록 잘 익으며,

익기 전에는 떫은맛이 나지만 익으면 단맛(甘)이 나며 생으로 깎아 먹기도 하고,

홍시로 먹기도 하며, 가공하여 곶감을 만들어 겨울 내내 보관하여 먹기도 한다.

감이 제물(祭物)로 선택된 것은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은 바,

감은 겨울 감기(기침)에, 그리고 성인병(혈압)과 노화방지에 좋다고 한다.

감에 함유된 비타민C는 사과의 8-10배, 비타민A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과히 종합 비타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망간, 철분 등의 미네랄도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에게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한 인간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先人)의 예지(叡智)를 배우고 받을 때,

비로소 참 인간으로서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달리지 않는 나무가 있다.

나무를 꺾어 보면 감이 달리지 않는 나무는 속에 검은 신이 없고,

감이 열린 나무는 검은 신이 있다.

이것을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 만큼 속이 상하였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여 제상(祭床)에 감을 제물로 차려놓는다고 한다.

감은 씨가 8개여서 8방백(方伯 - 8도 관찰사, 8도 감사>를 뜻한다.

8도 관찰사(觀察使)가 후손에 나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 결어(結語)

이상과 같이 제사상의 주된 4가지 과일, 즉,

조율이시(棗栗梨枾)인 대추, 밤, 배, 감이 필수적으로 차려지는 것은,

이들이 상서로움, 희망, 위엄, 출세(벼슬)를 나타내는 전통 과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조상들의 공덕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로서,

이를 대대손손 잘 지켜나가야 전통적인 미덕(美德)인 바,

앞으로 명절이나 기일에 제사나 차례 상을 진설(陳設)할 때,

위와 같은 식견을 더 숙지(熟知)하고 진행한다면 값진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