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거지는 집성촌, 동족 부락, 동족 촌락과 거의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집성촌은 동성동본(同姓同本)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란 의미이며, 특정 성씨가 마을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지역성을 형성하는 데 크게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특정 성씨가 마을의 이름이 되는 경우도 있다. 동족 부락(同族部落), 동족 촌락 역시 집성촌과 마찬가지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마을 구성원이 친족이라는 의미를 더 부각하고 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세거지 역시 집성촌에서 출발하였지만, ‘집성(集姓)’이라는 의미보다 적은 수의 가호라도 세대를 계승하면서 거주해 온 마을, 오래된 거주지라는 공간적 측면을 더 강조한 말이다. 이는 19세기 후반부터 진행된 급격한 도시화, 해방과 귀환 동포, 6·25 전쟁과 피난민, 산업화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전근대 도시 형태를 점차 탈피한 부산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온 마을이 같은 성을 가진 일가친척 관계의 촌락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광역시 내 기장군, 강서구, 금정구 일대에 집성촌으로 알려진 마을이 존속하기는 하지만 다른 성씨를 가진 이주민이 증가하고, 분가·이사·개방 등으로 특정 성씨가 마을 전체를 대표하던 외형은 사라졌다. 중구, 서구, 동구, 부산진구 등에서는 처음부터 집성촌이 없었거나, 있었다고 해도 거의 사라졌다. 이러한 지역에 이주민, 피란민 등이 거주하면서 그들의 삶터로 일구고 있기 때문에 몇백 년의 세거는 아니더라도 4~5대에 걸쳐 거주를 이어 나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는 부산 지역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며, 이들 역시 부산을 구성하는 구성원이므로 집성촌이 아닌 세거지란 의미로 포괄하고자 하였다.
일 반 상 식